허양허양 살다보면//유승희 넓은 우주 자궁 속 켜켜이 사랑으로 감싸 인 채 햇빛 보던 날로부터 첫 길 발 내디디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길 숨이 차도록 가파른 언덕길 눈앞이 화안하니 시원스런 너렁청한 길 다따간 원치 않은 삶의 길목에서 어쩔 수 없이 가야했던 고개 넘어 가파른 내리막길 천지가 돌 뿐인 너덜 길 천야만야 벼랑 길 파도 넘실대는 너울 길 살아가는 긴 인생 여정에서 어디, 사람 사는 일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진흙탕길만 있겠는 가 어찌, 평탄하고 아름다운 꽃길만 있으랴 좁은 틈새로도 햇빛은 스며드는 걸 애면글면 한다한들 달라질리 없다면 잠시 잠간 지나가는 녈비려니 언젠가 하는 마음으로 허양, 허양 살다보면 갑션무지개 뜬 평온한 들길 걸으며 해족, 해족 웃을 날 있으리라고 이래저래 그럭저럭 걸어온 길 어디쯤...와 있는 걸까 어디쯤...가고 있는 걸까 어느 만 큼... 남아있는 걸까. 사진//안희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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