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으로 쓰는.......詩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by 비 사랑 2008. 7. 14.

칠흑 같은 어둠이
까맣게 내려앉는 꺼멍 밤 
동글동글 달빛 차르르 쏟아지면
그 옛날 꼬맹일 적
엄마가 가꾸신 예쁜 꽃동산

채송화, 백일홍, 맨드라미, 봉선화, 접시꽃, 분꽃, 다알리아
졸망졸망 고것들 
납작 엎드려 소록소록 잠든 위로 
달빛 차란차란 춤추는
평화로운 모습 볼 수 있으면 좋을
뒤란이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땡글땡글 볕 뜨거운 날
억새 발 하나 걸어놓고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팔죽선 하나에 
뒷동산 골짜기 바람 가슴팍 시원하니
긴긴 여름 너끈히 보낼 수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안개 비 부슬부슬 내리면
축축한 구들
메적지근 불 지피고
우거지 삶은 듯 떱떠름한 녹차 홀짝이며
뽀얀 안개 감실감실 산허리 감고 도는 멋들어진 정경에
그럴 듯한 시 한편 건져 올릴 수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뭐니뭐니해두
나 늙어
당신이랑 
턱 낮은 뒷문이 있는
그런 집에서 살았음 참 좋겠다.
photo-글-유승희
 

'사진으로 쓰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모친 그리움에  (0) 2008.07.20
넌,바람 난, 해바라기  (0) 2008.07.17
그대 혹,  (0) 2008.07.09
그리움이 밀려올 때면 1  (0) 2008.07.09
마른꽃  (0) 200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