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유승희
아직
불타는 태양은 이글이글
포도 위를 홧홧한 열기로 달구는데
절기는 어김없이
입추를 알리며
가을을 준비 하라한다
봄을 보내고
잊어가며
여름을 맞듯이
여름을 보내고
잊어가며
성급히
또
한 계절을 맞이하라한다
푸르른 날의 달력 엔
창창한 미래의 날짜만 수부룩 하더니
지금의 달력 엔 지난날의 아쉬움과 회상으로
희뿌연 안개 속을 헤매는 불투명의 시간들만이
벽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별 하는 일없이 뒹굴 거리는 하루를 보내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허기짐으로
화들짝 호들갑스레
턱 쳐들고 있는 가을 문턱에 서 있다
이제 서서히
벼이삭은 알곡으로 고개 숙일 것이고
푸른 녹음은
노리탱탱 뽈또그레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우리를 맞을 차비를 서두르리라.
사진//가솔송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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