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향기가 사라졌다
그 녀를 처음 만나 건
50대 초반 글을 쓰면서 알게 된
햄 서비스란 큰 사이트에서였다
경희대 한방과를 졸업하고
한의원을 경영하는 그 녀는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햄 서비스에 사진을 올렸다
그 녀가 알려준 홈피 언어의 향기를 찾아가
그 녀가 찍은 많은 사진들을 보며 글을 섰다
그 때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홈피가 그리 많지 않았기도 했지만
야생화와 풍경사진을 비롯하여 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는 했다
내 글의 조회 수도 보통 1000회 이상 넘어가는 건 기본 이었다
그 후 나 또한 사진을 시작하며 야생화의 천국인 풍도로 강원도로 출사도 같이 다니고
년 말이면 사진가들과 글쟁이들이 모여 회식도 하며
사진도 같이 찍으러 다니면서 마음 길을 함께 했다
20 년 전 월간 문학세계에 등단을 하며
그녀의 한의원에서 사진가 들과 함께 파티를 열어 주었다
중국에 있는 펜이 축하 화분을 보내 주었고
그녀의 부군이 장미 꽃다발을 선물했다
내 삶의 봄의 맞이하며 처음으로 취미생활을 통해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그 후
천호동에 있던 그녀의 한의원이 원주로 옮겨가며
거의 사진 활동을 강원에서만 하다 보니
자연 뜨악한 관계가 되었지만
사진과 글은 여전히 서로 소통을 했다
티카족들이 늘어나며 사진에 관한 홈피 역시 우후죽순 생겨났다
자연 사람들의 발길도 뜨막해지고
개인 사정으로 인해 사진을 접는 사람도 늘어남에 따라
수년이 지나 언제 부터인가 그녀의 사진도 다른 회원들의 사진도
점점 뜸해지더니 홈피 회원들도 하나 둘 떠났는지 썰렁했지만
컴을 열면 종종 들려 지난 글도 찾아 보면서
함께 했던 날들의 추억을 더듬고는 했었는데
어느 날 홈피를 클릭 했더니 온대 간대 없이 사라졌고
언어의 향기는 그대로인 채 생소한 사이트로 전환 되어 있었다
그 녀의 핸드폰 번호도 병원 전화번호도 오리무중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알아보면 혹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신상을 모두 지워버린 걸 보면
한 시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 주말이면 정열적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생활을 접으면서
모든 사람을 정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의 봄이 찾아오며 맺었던 인연
1회 사진전을 열며 그 녀의 사진에
내 시를 곁들인 시화 두 점도 전시를 했었다
지금도 거실 벽에 걸려져 있는 액자
그 녀와 내가 함께 한 흔적이다
결혼 후 삶에 있어서
화양연화였던 한 때
황영지 원장님 그 녀가 곁에 있었음을 감사드린다.
Joan Baez - 500 Mi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