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초여름이면 상동호수공원을 붉게 물들이는
양귀비 그 은밀한 유혹에
큰마음 먹고 배낭 속에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는 카메라를 챙겨
설레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 서둘러 길을 나섰다
궁원에 들어서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양귀비는 전멸 상태고
그 자리엔 식물원과 사과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몇 년 만에 궁원의 모습은 낮선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누렇게 익은 보리와 어우러진 양귀비의 모습을 그리면서
종종걸음 했건만 아쉬움에 허탈한 심정이라니...
새롭게 단장한 식물원에서 꽃 몇 컷을 찍고 발길 돌리며
나이 듦에 있어서 나타나는 징후 중 하나인
게으름을 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