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벼슬아치를 둔 조상덕에 엄마에겐 임금으로부터 하사 받은 백 항아리가 있었다 뒤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항아리는 너른 대청마루를 한 것 돋보이게 했는데 아버지가 교편생활을 접고 서울 농협중앙회로 직장을 옮기신 뒤 난데없는 난봉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하네 마네 하면서 조선 백자 항아리도 풍금도 돈 될 만 한건 모조리 팔아 족쳤지만 자식들이 걸림돌이 되었는지 눈 질끈 감고 용서를 하셨는지 결국 이혼 얘기는 흐지부지 되어 버렸고 훗날 그릇 전에 가셔서 백 항아리를 사다 문갑 위에 올려놓았다 시집 올 때 주신 백 항아리 한 쌍 지난 해 집수리를 하고 책장을 광으로 쓰는 방으로 옮기며 방바닥에 켜켜이 둔 도자기들이 마치 거리노중에 방치된 듯한 꼴이 되었다 광을 들락거릴 때면 왠지 죄송스런 마음에 휑한 마루 한켠에 레이스를 깔아놓고 새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 멋진 장식장과 문갑을 사게 되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진열하고 소중히 간직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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