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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작은호수...커피

그 해 겨울의 커피

by 비 사랑 2011. 1. 26.
 
그 해 겨울의 커피//유승희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현숙 이가
상고를 졸업 하고 스무 살이 되던 해
추운 겨울날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 강물 되어 흐르는 
도심의 거리로 나섰는데
신세계 앞 육교를 건너 
그 시절 서울에서 제일 화려한 
명동거리를 지나 충무로를 거닐다
그윽한 커피 향의 유혹에 찻집 문을 열고 
맨 구석 후미진 곳에 자리를 하고
나름 잔뜩 겉 멋 들은 양 폼을 재고는 
커피를 시켜 놓고 홀짝홀짝 커피 향을 흠흠 대며
겨울 찻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까지는 좋았는데
커피 값을 지불하고 나니 집에 올 차비가 부족했다
앞이 아득했지만 있는 용기 없는 용기 전부 동원해서
창피를 무릅쓰고 지나가는 남자한테 차비를 구걸해서 돌아오며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키득 대던, 
냉한 바람이 실틈사이 파고드는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불현듯 그 생각이 난다 
울릉도에서 서울로 유학 왔던 현숙 이도 커피를 마시며 
한번쯤은 그 때 그 추억을 떠올릴 란지
어디에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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