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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미생

by 비 사랑 2014. 11. 29.
삶은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 다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내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미생未生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 요즘 케이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미생이란 드라마가 많은 샐러리맨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신입사원들로부터... 그들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내 사연과 같아 보는 내내 많이들 운다고 한다 나, 또한 드라마에 빠져 사는 아줌마이기에 동시간대에 다른 드라마를 보다보니 재방을 보거나 했는데 이젠 본방을 사수하며 그들의 애환에 눈물이 난다 아들 생각에 눈물이 그냥 줄줄 흐르고는 한다 예전 같으면 그저 가르쳐만 놓으면 취직 걱정은 안 했건만 너도 나도 다 고학력이요 모두가 다 잘났으니 취직의 문턱은 높기만 한 현실에다 문명의 발달로 모든 일 처리가 기계화 되어 인총 또한 필요치 않은 시스템이기에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삶이란 자체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능력 있는 부모 세대들로 인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도 했지만 고무줄처럼 늘어난 수명에 긴 여생에 대한 불안감조차 안고 살아야한다 어디 이 뿐인가 결혼에 따른 부담감과 자녀에 대한 부담감에 핑크빛 앞날조차 저당 잡힌 채 수명이 길어진 기성세대에 대한 책임감까지 보태졌으니... 우리 집 고 녀석 각고의 노력 끝에 취업한지 이제 꼭 일 년째다 아마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직장인으로써의 길을 한 걸음 두 걸음 어렵사리 걸어온 시간들이었을 게다 휴일조차 반납한 채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지켜보는 내내 가슴 졸이고 아파하면서 일 년을 보냈다 다행스런 것은 좋은 상사들을 만났고 동기들과도 무리 없이 지내고 있는 듯하여 한 시름 놓고는 있지만 12시가 넘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고 짠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저 위로 할 수 있는 건 비정규직에 비하면, 아직도 수십만 명인 실업자들에 비하면, 감원대상에 속한 많은 사람들에게 비하면, 얼마나 다행이냐며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인양 부끄러운 이기심으로
그들과 비교를 하며 힘을 실어주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못난 어미는 오늘도 미생을 시청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땅의 아들들에게 박수를 보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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