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만지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누린내풀 그냥 눈으로만 보면 그들은 아무런 방어자세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 들의 특이한 꽃모양에 반해서 혹은 꽃을 꺾으려 하거나 잎을 뜯는다면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화를 발칵 내며 ‘나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냄새를 풍긴다
잿빛 하늘 낮게 드리워진 날에, 찐득한 더위가 싫어 봄 이후 발 뚝 끊었던 천상의 화원 예봉산을 찾았다 여름 산은 검 초록으로 무장을 하고 가뭄 끝에 내린 비로 계곡 물은 힘차게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슨 꽃을 만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세정사 돌다리에 있던 누리내풀을 처음 만나며 환희와 냄새에 정신이 혼미했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