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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유년의 삽화

by 비 사랑 2009. 6. 5.

 

유년의 삽화//유승희
검정고무신
책보 옆구리에 묶고
시오리 길 신작로를 따라 학교를 가다보면
황토 흙먼지 날리며
버스가 지나갔지
봄, 가을은 그런 대로
덥지도 춥지도 견딜 만 했지만
한여름 불볕더위 
긴 겨울 살을 애일 듯 칼바람은
지나치는 버스 왜 그리 매정스럽던지
월사금도 제때에 못 내며 다니던 학교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은 꿈도 못 꿀일
히히히^^*
그래도 동무들과 
강아지 풀 뜯어 코에 간지럼 태우고
길가 밭에 참외 서리도 해 먹고
발가벗고 개울에서 멱도 감고 했었지
벼 나락에
메뚜기가 푸르르 날아다닐 때면
살며시 다가가 재빨리 손으로 탁~~
풀잎 대롱에 꿰어 집에 와
불에 구워 먹는 그 맛이라니
햐...!
정말 끝내 줬는데
신작로의 추억은 빛 바랜
유년의 삽화
지금은 
읍내 장에 가려면
동구밖에 나가
정류장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멈춰진 유년은 그대로인데
어느 새
세월은 이 만치에서
날 오라 손짓하네
허허허.
photo-손중영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