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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삶과 죽음은 모두 자연의 한 조각

by 비 사랑 2009. 5. 24.

계절의 여왕 장미가 
다문다문 피기 시작하는 
오월 
연둣빛 이파리가 
점점이 녹음으로 익어가는 가는 계절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
오월에
우리에게 진실로 슬픈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신의 귀거래사 일 년을 
방송으로 접하면서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소년 같은 맑은 웃음을 짓던 당신이,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야 
당신을 매도하는 언론의 조작에 눈멀고 귀먹고 했음을.. 
총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권좌에 올라
수천억을 꿀꺽한 이도 있건만
나라를 알거지로 만들어 놓고 물러난 이도 있건만 
각종 비리를 저지른 범법자에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뻔뻔한 대통령이 있는 이 나라에서 
한미한 집안에서 독학으로 그 어려운 고시에 합격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몸 바쳐 헌신했던 당신, 
말로만 선진국을 외치며
정치는 후퇴해 가는 현실 앞에서
언론과 검찰과의 반목,
가진 자와 기득권층에 밀려 
자신의 웅지도 맘껏 펼쳐보지도 못한 채 
임기 내내 마음고생 했던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이단아 당신, 
무거운 짐 훌훌 던지고
고향을 향해 발길 돌리며 
그리도 행복해 하던 그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솔직히 신물 나는 그게 그 판인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던
지난날이었습니다
돼봤자 그 인간이 그 인간이지 하는
누가 된들 저나 좋지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강 건너 불 보듯
뚜렷한 주관도 대권주자에 대한 그 어떠한 확고한 신념도 없었습니다
당신의 임기 동안 헐뜯는 소리만 귀에 들어오고, 그들처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만,당신이 지미 카터처럼 초야에 묻혀 살며
촌부들과 어우러져 행복해 하는 그 모습을 보며
저런 사람이었구나..하는 후회를 했었습니다
전직 두 사람의 대통령이 말아먹은 바닥친 경제를
안감힘으로 조금이나마 성장시키고 떠났던 당신
그 옛날 
믿었던 부하로부터 대통령이 시해 당하던 날도 
이처럼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그 길로 인해 값싼 동정의 발로가 아닙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밥맛조차 떨어져 
마음은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어찌 이 같은 심정이 저 한 사람뿐이리까 
온 나라가 슬픔이요 
많은 국민들이 당신을 애도하지만 
당신이 택한 그 극단의 선택은 
우리 모두가 지고 갈 빚이요, 아픔이며 
천형의 벌이 될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 말씀하신 당신,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결코 미화될 수는 없지만 
아니 어쩜 당신이 밝히려했던 진실을 끝내 저 버린 
그 극단의 방법이 비겁한 행동이라고
누구라 하여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몸 던져 전하고자 했던 무언의 항변을
우린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결백을 주장 하고저
죽음 앞에서조차 초연했던 당신을
잔인한 오월의 달에 보내며 
오래도록 기리며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부디 편안 하소서
그리고 용서 하소서
진실로 소외되고 가난한 서민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했던 당신을 몰라라 했던 
무지 몽매 했음을..
-노무현 대통령 유서 전문- 
사는 것이 힘들고 감옥 같다 
나름대로 국정을 위해 열정을 다했는데 국정이 잘못됐다고 비판받아 정말 괴로웠다. 
지금 마치 나를 국정을 잘못 운영한 것처럼 비판하고 
지인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부정부패를 한 것처럼 비춰지고, 
가족, 동료, 지인들까지 감옥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게 하고있어 외롭고 답답하다. 
아들 딸과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퇴임 후 농촌마을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참으로 유감이다. 
돈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을 깨끗했다. 
나름대로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자부했는데 
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