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때를 못 맞춰 석어당 살구꽃을 지나쳐 버렸다
기필코 내년 봄엔 만나보리라 다짐을 했었다
연일 검색을 한 결과 4 월 초쯤이면 필거란 예상을 하고
창덕궁 홍매를 찍고 덕수궁으로 향했다
기대를 하고 들어서니 석어당 옆에
때 아닌 4 월에 아름드리나무에 눈꽃이 핀 듯이 하야니 만발한 살구꽃
드디어 40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만난 듯
심장에 물꽃이 폴랑 솟아오르고 입이 귀에 걸렸다
일 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어찌 사람에 국한 된 것이랴
다양한 각도로 샷을 누른 손길
마냥 즐거워 짜릿한 전율조차 느껴진다
정말 찍고 싶었던 꽃이었기에 그러하다
이러한 것이 사진을 하면서 느끼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비록 카메라 무게에 힘든 후유증에 시달리지만
즐겁고 행복한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왕준기 - 흐르는 세월에 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