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간이역

나 하 나 쯤이야

비 사랑 2020. 4. 7. 19:01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패닉 상태다 정부는 연일 가감 없이 브리핑을 하고 의료진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들 돌봄에 여념이 없다 국민들도 정부 방침에 부응하며 설 연휴부터 지금까지 집콕도 하고 여행도 자제하면서 지내고 있다 우리에게 늘 뭔지 모를 희망의 메시지와 찬란한 눈요기 꺼리를 조건 없이 주는 계절 봄, 올 해는 코로나에게 빼앗겨 버린 봄이 되고 말았다 헌데, 벚꽃이 한창인 요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물론 몇 달간 집콕을 하다보면 답답한 마음이야 있겠지만 누구는 그런 심정이 아니라서 자제를 하는 건 아니다 하루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길 바라는 마음에 참고 또 참고 지내고 있은 것을.. 사진을 찍는 나 역시 집 근처에 있는 원미산 진달래도 벚꽃도 눈에 삼삼이 어려 마음도 몸도 달뜨지만 지난 사진을 창고에서 끄집어 내 모니터로 보면서 꾹 참고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왕이 잔치를 베푼다고 알린 후 잔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각자 조금씩 포도주를 준비하고 이를 큰 항아리에 쏟아 부음으로써 하나 된 공동체임을 나타냅시다. 라고 말했다. 드디어 잔치가 있던 날 참석자들은 가지고온 포도주를 큰 항아리 쏟아부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포도주 맛을 보던 왕은 크게 당황했다 포도주는 색깔만 비슷할 뿐 거의 물이었다 그러니까 "나 하나쯤이야"하고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물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꽃구경 나선 모든 사람들도 아마 이런 마음 이었을까? 올 봄에 피는 꽃이 내년인들 안 피랴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올 해에 죽지 않는 한, 봄꽃은 볼 수 있건만...


2016. 4. 원미산